한류성 어류 자취 감추고 고등어·멸치 등 난류성 어류 어획량 늘어
[기후변화 해결책을 찾아서] 해양·수산업
명태는 흔한 생선이었다. 가난한 시인의 술안주가 될 정도로 서민들과 친근했다. 하지만 이제 명태는 귀한 몸이다. 가격은 차치하고라도 구경하기도 힘들다. 원인은 바닷물의 온도다. 수온이 올라 한류성 어류인 명태가 살기 어려워졌다.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 생태계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는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제주도 연안을 조사한 결과 아열대성 어류가 전년보다 늘었다는 것이었다. 3월 이후 매월 시험조업을 한 결과 65종의 어류가 잡혔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1종이 아열대성 어류였다. 2010년 40퍼센트보다 7.7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아열대성 어류의 출현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잡힌 어류들을 조사한 결과 이미 산란을 했거나 산란직전 단계까지 성숙한 것들이 많았다. 번식을 할 정도로 제주 해안의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의미다.
어종의 변화는 제주 인근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동해에서도 아열대성 어류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 3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동해에서 남해와 서해의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참조기와 덕대가 채집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들이 바닷물 온도가 낮은 2~3월에 잡혔다는 점이다.
2~3월 차가운 동해에 아열대성 어류 출현
연구소에 따르면 동해에 아열대성 어류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사이에만 실전갱이, 눈퉁멸, 강담복, 흑가오리 등 23종의 아열대성 어류가 관찰됐다. 제주도와 남해에 서식하던 어류가 강원도 고성 등 동해 중북부 해역까지 북상한 것이다.
한반도 연안의 어장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 흔하게 잡히던 어류가 줄고 그 자리를 귀하다고 여긴 어종이 채우고 있는 형국이다. 한류성 어류인 명태는 자취를 감추고 난류성 어류인 멸치, 오징어, 고등어 어획량은 늘었다.
70~80년 10만톤이 잡히던 명태의 어획량은 지난해 고작 1천톤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비해 난류성 어류인 오징어는 85년 이전에 비해 2.5배, 고등어는 30년 전에 비해 50퍼센트, 길이 1미터 이상의 대형 참다랑어는 2008년에 비해 2.2배 어획량이 늘었다.
어장 변화의 주요인은 수온의 변화다.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는 지난 40년간 1.3도가량 상승했다. 수온의 변화가 생태계에 주는 영향은 육상보다 훨씬 크다. 수온 1도 변화는 육상 온도 10도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수온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의 수온은 지난 1백년간 0.5도 올랐을 뿐이다.
우리 바다의 온도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가 넓지 않아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해역의 표층수온은 2008년 17.61도에서 2050년 18.95도, 2100년 20.55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백년이 안 돼 무려 2.9도나 따뜻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바닷물의 온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시급한 것이 고온과 질병에 강한 어류와 해조류의 양식품종 개발이다. 현재 우리나라 연안 양식장은 양식적지 부족으로 과밀화돼 있어 질병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제주 지역 넙치 양식장에 질병이 돌아 5백13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고온·질병 강한 양식품종 개발 등 대책 추진
넙치는 이미 올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 넙치보다 30퍼센트 이상 성장이 빠른 장점이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7종의 신품종과 7종의 아열대성 양식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고온성 해조류 양식품종도 개발한다. 우리나라 주변 토속 해조류는 대부분 한해성이어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생산량과 품질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장관리도 강화한다. 올해 11종인 법정관리 어종을 2020년까지 30종으로 확대하는 등 선제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0년 8백50만톤인 자원량을 2015년에 1천만톤, 어획량은 1백10만톤에서 1백50만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산자원생물다양성 보호구역도 설정한다. 2015년까지 수산자원관리법을 개정해 근거를 마련한 후 2020년까지 3개의 보호구역을 설정할 예정이다. 어장을 오염시키는 나일론 어구를 생분해성 어구로 전환하는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치어와 소형어 보존을 위해 저(低)어분 배합사료도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 50~60퍼센트인 배합사료의 어분 함량을 2020년까지 10퍼센트 미만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먼저 친환경 어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저탄소 에너지 절감형 기술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은 LED집어등 보급을 현재 30척에서 2020년 3백척으로 늘리고 지열히트펌트 등 에너지 절감형 육상양식 시설은 2백50개소에서 1천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흡수원도 확충한다. 먼저 해조류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학계의 노력과 정부 차원의 공동대응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2020년까지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바다숲을 1천헥타르에서 2020년까지 1만4천헥타르로 넓힌다.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충하고 연안 수산생물 산란지의 재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바다숲은 해조류를 이식한 해조초나 로프 등 인공구조물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해조 서식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