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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후 한국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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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

꿈에 그리던 녹색기후기금(GCF) 본부가 대한민국의 품안으로 들어왔다. 환경 분야 최강대국 독일을 상대로 녹색성장을 주창한 한국이 GCF 본부를 유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윗은 결국 골리앗을 이겼다.

급박한 기후변화 추세를 볼 때 GCF의 역할과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장차 녹색분야의 세계은행이 되리라는 관측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승리감에 도취되기에는 한국에 부여된 임무가 너무도 막중하다.

막판 전화외교로 역전극을 연출한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내 전화가 통한 게 아니라 한국의 높아진 국격이 통한 것”이라며 “이럴수록 겸허하게 우리 책임과 의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시급한 과제는 ‘본부 설치’ 협정 체결이다. GCF 본부를 송도로 결정한 24개국 이사회의 결정은 다음달 말 카타르 기후변화총회에서 최종 인준될 예정인데 그때까지 본부협정을 모범적으로 사실상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의 치밀한 준비는 물론이고 국회의 초당적 협조도 필수적이다.

둘째, GCF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멕시코 칸쿤을 거쳐 지난해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확정된 GCF 설치 구상은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이를 잉태했지만 이제부터는 본부를 유치하게 된 한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기금 조달과 운영 전략에 관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범정부적 지혜와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셋째, GCF의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다면 개도국에 막대한 원조를 퍼부어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선진국 공적개발원조(ODA)의 뼈아픈 역사였다.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GCF의 과제는 더욱 까다로울 수 있다. 그래서 주목해야 할 것이 한국이 주도해 설립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다. 오늘 창립총회를 통해 국제기구로 재창조되는 GGGI는 개도국의 녹색성장 전략 수립과 이행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삼고 있다. GCF와 GGGI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기금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고, 기금 규모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녹색기술센터까지 가세한다면 전략-재원-기술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그린 트라이앵글’이 형성된다. 이걸 중장기적이고 입체적으로 키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

넷째, 녹색산업, 녹색일자리를 키우는 ‘제3의 산업혁명’을 이끌어야 한다. 제러미 리프킨은 얼마 전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만찬에서 한국이야말로 스마트그리드를 필두로 녹색에너지, 녹색교통, 녹색건물, 녹색생활로 이어지는 녹색혁명의 산업적·지경학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GCF 본부 유치를 계기로 우리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 절호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 예컨대 당장은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전기료를 정상화해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녹색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후변화에는 여야가 없다. 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녹색성장은 이미 국제적 자산이다. GCF 낙점을 받은 핵심적 배경 중 하나다. 대선주자들이 GCF 본부 유치를 일제히 환영한 것처럼 녹색성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천명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바라는 모습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왜 이렇게 세계를 움직이는 한국인들이 많은 겁니까? 더 큰 대한민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만큼 더 성숙해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