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 ‘위험에 처한 지구(Earth in Danger)’ 특별 시리즈를 연재한 Korea Times의 관계자분들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을 비롯한 각계의 기고자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고 걱정하신 바와 같이 지구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물-에너지-식량에 이르기까지 삶의 기본적인 연결고리(nexus)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해 재난?재해가 급증하고 있고,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길)
나는 이러한 ‘위험에 처한 지구’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행동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후손에게도 풍요와 안전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나는 지난 2008년 대통령에 취임한 첫 해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를 새로운 성장동력과 삶의 방식으로 삼는 역발상의 정책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각 부처의 녹색성장 관련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심의·조율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매년 GDP의 2%를 투입하였습니다. 또한 세계최초로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여 녹색성장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였고,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을 제정함으로써 시장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와 같이 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실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과 추진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녹색성장으로의 변화)
그 결과, 비록 아직 갈 길은 멀지만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녹색성장으로 경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녹색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 기업의 투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녹색산업의 성장 속도와 녹색제품의 수출 증가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녹색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탄소 및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는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이 소비자들을 향한 가장 주효한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색기술 분야에서도 정부의 녹색 R&D 확대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최고 수준의 녹색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둘째로, 녹색성장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친환경 공간이 많아졌습니다.
도시림, 생태하천, 생태관광지 등 생활주변에 녹색 공간이 늘고 있으며 도시의 대기질과 수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도시 단위의 도시청정개발체제(CDM)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등장하는 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공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녹색건축물과 녹색교통체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공 건축물뿐만 아니라 민간 건축물에서도 에너지절약형 그린빌딩의 건축 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교통체계도 고속도로 중심에서 고속철도로 친환경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생활 밀착형 자전거 도로가 확대되었고 4대강을 따라 연결된 1,800km에 달하는 자전거길을 통해 국토종주가 가능해졌습니다.
기후변화 대응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 마련되었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200년 빈도의 홍수 및 가뭄에 대비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예방 및 농작물 품종 개발을 통해 식량공급의 안정성도 높아졌습니다. 또한 기상예보의 정확도 증가와 신뢰성 높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도출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 대응력이 높아졌습니다.
셋째로, 녹색성장으로 생활 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녹색성장 정책이 모든 정권에서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의식 변화를 바탕으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녹색소비가 증가하고 생활쓰레기가 감소하는 등 녹색생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전거 여행이나 생태관광, 도시 농업 등 친환경적인 여가활동이 증가하는 등 녹색생활이 일반 국민의 삶 속에서 친근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의 국제적 확산)
이와 같이 녹색성장으로 인한 변화는 각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녹색성장의 결실이 무르익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록 그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나는 그 성공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녹색성장으로의 변화가 아무리 성공적이라 해도 대한민국만의 녹색성장으론 의미가 없습니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지구책임적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는 ‘공동의 운명의식’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대한민국의 국가비전으로 선포(‘08.8)하기 이전부터 지구촌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 2008년 7월 일본의 도야코에서 개최된 G-8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앞장서 움직이겠다(early mover)’고 밝히는 동시에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East Asia Climate Partnership; EACP)’ 프로그램 설치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bridging role)을 하겠다는 뜻을 천명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특히 내년부터 2020년까지 그린 ODA 총액을 5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로 종료되는 EACP에 이어 글로벌녹색성장파트너십(Global Green Growth Partnership)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0년 6월에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협력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녹색성장 이행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과 기술,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수할 것입니다.
금년 3월에 서울에서 발족한 한국녹색기술센터 (Green Technology Center Korea; GTCK)는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술협력의 가교로 발전시키는 한편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의 중심으로 역할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녹색성장체제를 지속시켜 나갈 녹색기술 전문가, 녹색경영자, 정책입안자 등 녹색성장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 9월 개원을 목표로 홍릉에 녹색성장대학원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개발의 산실이었던 홍릉은 전 세계 녹색기술과 지식, 인재양성을 선도하는 글로벌 녹색성장단지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녹색성장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기상청과 산림청, 농촌진흥청 간에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의 확산을 위한 업무 공조 체계가 구축되었습니다. 이들 3청간의 업무 공조의 노하우는 GGGI와의 연계를 통해 개도국을 위한 농업-산림-기상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등 녹색성장의 글로벌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위험한 지구를 위한 실천 전략)
나는 국제사회가 녹색성장을 ‘위험에 처한 지구’에 대응한 실천적 전략(action strategy)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매우 뜻깊게 여기고 있습니다.
OECD는 50주년 비전 선언문을 통해 ‘녹색성장’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달성을 위한 핵심의제로 채택하고 분야별 녹색성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Rio+20과 G20 정상회의 참여국들도 녹색성장을 핵심의제로 채택하였습니다. 또한 세계은행, UNEP, OECD는 GGGI와 더불어 녹색성장 지식플랫폼(Green Growth Knowledge Platform)을 통해 지구촌의 녹색성장을 체계적으로 전파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가 올 가을 GGGI를 국제기구로 전환하는데 적극 지원하고 있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녹색성장이 이제 국제사회의 공동의 자산이 되고 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국제기구로서의 GGGI는 글로벌 녹색성장을 위한 ‘전략’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GTCK는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의 축을 담당할 것입니다. 지난 연말 남아공 더반 기후변화 총회에서 설립에 합의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은 전략과 기술을 뒷받침하는 ‘재원’을 제공할 것입니다.
글로벌 녹색성장을 위한 전략-기술-재원의 ‘그린 트라이앵글’이 유기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우리 후손들에게는 ‘위험에 처한 지구’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트라이앵글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넘어 ‘지구촌 모두를 위한 아키텍처(architecture for all)’가 되도록 충실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나는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우리의 번민과 열정을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위험에 처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헌신했는지를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우려가 실현되지 않은 것에 우리 후손들이 감사하는 만큼 그들도 그들의 후손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가벼이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세대가 ‘위험에 처한 지구’를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지구’로 바꾸어낸 세대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