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을 막아라”] ③ 일본은 전력난 어떻게 이겨냈을까
평일 쉬고 주말근무, TV로 전기예보 챙겨…가로등·네온사인·엘리베이터 등 전원 차단
올 겨울 최대 전력 예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 2~3째주 예비전력이 53만kW까지 떨어지는 심각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난 ‘9·15 정전대란’이 언제든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공감코리아는 겨울철 전력수급 위기 심각성과 원인 및 에너지 절약 방법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는 지난 2일 동계 전력수급대책회의를 열고 겨울철 전력난 방지를 위한 고강도 제재 방안을 내놨다. 전력 사용이 1000kW 이상인 6700여곳의 초대형 건물은 피크시간대 (오전 10~12시, 오후 5~7시)에 전력사용량을 의무적으로 10% 줄이고, 100kW 이상 1000kW 미만인 중대형 건물 4만 7000곳의 난방온도는 20도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오는 1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전력부족을 꿋꿋이 참아낸 일본인들의 절전 노력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11 대지진으로 원전이 대거 가동을 멈추자 도쿄 등 수도권과 지진피해 지역인 동북지역의 기업과 상업용 빌딩을 대상으로 지난해 피크 전력의 15%를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일본 정부가 전력 제한을 발동한 것은 제1차 오일쇼크 때인 1974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규제대상이 아닌 수도권 일반 가정까지 절전 대열에 동참했고 급기야 전력사정이 넉넉한 간사이와 규슈지역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전년 대비 15% 절감 목표를 초과한 21%를 달성할 수 있었다. 수도권의 전기가 남아 돌아 다른 지역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우선 기업들은 전력부족과 정전을 막기 위해 여름철 근무형태와 휴가까지 바꿨다. 이동전화회사인 KDDI는 7~9월에 하루 절반만 일하는 반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전체 1만2000명의 직원 중 40%는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아니면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선택해서 근무하고 오후에는 재택근무를 했다.
출근할 필요가 없는 연구·기획 부문은 종일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많은 오후 2시 전력피크 시간을 전후한 시간에는 복사기 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일부 사업장은 주말을 포함해 주 4일 휴무제를 운영하며, 냉난방 수요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을 펼치기까지 했다.
일본 자동차업계 역시 전력이 부족한 목·금요일에 쉬는 대신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근무했다. 특히 닛산자동차는 여름철 전력수요가 많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조업을 일시 중단했다. 도치기 공장은 근무 형태를 오전 6시30분~오후 3시, 오후 4시~0시30분의 2교대제로 변경하고 출근자를 위한 임시버스도 운행했다. 잡지 등 출판업체들도 평소처럼 월말에 집중적으로 인쇄를 할 경우 전력 수요를 급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잡지 제작일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이 정전위기를 넘기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일반 가정의 자발적인 참여를 빼놓을 수 없다. 대지진 이후 도쿄 주택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창문에는 열을 차단하기 위한 ‘고야’라는 덩쿨 식물들이 속속 심었다. 고야는 두세 달이면 2.5m까지 자라나 실내 온도를 낮추는 ‘녹색 커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가로등·네온사인 간판·엘리베이터 전원도 내리고 매일 TV로 전기예보를 챙겼다. 대지진 이전 전체 전구 판매량의 10%에 불과하던 LED 전구도 50%에 육박할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백열전구보다 10배 정도 비싸지만 전기 사용량이 20%에 불과한 까닭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적극 동참했다. 도쿄 이타바시구는 7월부터 구내 수영장 4곳에 대해 한달 동안 월 1차례 쉬던 것을 주 1차례 쉬도록 했다.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도 7월부터 석달간 전력 소비가 많은 수요일 오후엔 시청 업무를 쉬고, 대신 토요일 오전에 업무를 했다. 전력부족에 따른 절전운동으로 일본은 한여름을 정전사태 없이 넘겼고, 지난 9월 9일에는 전력사용제한령을 해제했다.
이처럼 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전력부족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의 경우 1인당 전력소비량이 OECD 회원국 평균이나 일본보다 10% 이상 높은 실정이다. 올 겨울 전력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과 시민들이 뼈를 깎는 절전 노력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전력관리와 절전 모범을 통해 우리도 절전으로 전력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