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국전력기술 본사. 김종인 대림산업 부회장과 안승규 한전기술 사장은 국내 최초로 추진 중인 제주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총 4500억원을 투입해 2013년까지 102㎿급(1㎿는 약 10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기의 양)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만드는 사업에서 한전기술은 개발·관리 등 사업 전반을 주관하고 대림산업은 해상 건설공사를 담당한다. 김진서 대림산업 전무는 "해상풍력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도 부합해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아파트만 지어서 팔던 건설업계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련 규제가 엄격해졌기 때문. 또 초고령 사회를 맞아 주택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선 것이다.
◆건설사 맞아?… 물 산업, 해상풍력, 바이오가스에 눈 돌려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금호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의 주택사업, 플랜트사업 외에 해상풍력, 바이오가스, 원자력발전, 물 사업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의 시장 규모는 현재 0.1GW(기가와트·1GW는 1000㎿) 미만이지만 2023년에는 10.2GW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사업비 규모는 1GW당 약 4조원 이상으로, 2023년에는 40조원 규모로 커지게 된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300조원이나 된다. 금호건설 토목환경플랜트사업본부의 김종두 녹색사업팀장은 "원자력은 부지 확보가 어렵고, 태양광은 투자비 대비 판매단가가 낮다"면서 "건설사들이 부지 확보에 부담이 없는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의 녹색 사업에는 가축의 분뇨를 이용한 차세대 에너지 개발 사업도 있다. 대우건설은 2006년 경기도 이천시 모전면에 돼지의 분과 오줌을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시설을 만들었다. 2009년엔 이탈리아의 폐기물처리 전문업체와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시설에 대한 기술수출협약도 체결했다. 유성인 대우건설 선임 연구원은 "바이오가스 플랜트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50조원 규모이며, 여기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산업도 원천기술 확보가 관건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의 상하수도, 해수 담수화, 공업용수 등 물 시장은 2007년 3620억달러(391조1410억원)에서 2025년 8650억달러(934조6325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수(水)처리 공정, 소재 개발, 설계 등에 대한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 수준은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약 5년쯤 뒤져 있다.
천연가스를 석유로 액화하는 GTL(Gas To Liquids) 플랜트나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 따로 추출해 저장하는 장치인 CCS(Carbon Capture & Storage)도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다. 국내 GTL 플랜트에선 고작 1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일본은 이미 하루 생산량 500배럴급 플랜트를 운영 중이다.
이원우 현대건설 전무는 "하루 생산량을 1배럴에서 100배럴로 높이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원문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07/2011060702439.html